생활 정보/대학 전 시절

재수학원 종합반 수능 재수 경험 느낀점 및 후회 후기

인생 이야기 한 조각 2023. 10. 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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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은 아니지만, 재수를 했다. 초중고 정규 교육 과정이 끝나고 찾아간 곳이 재수학원이다. 내가 다닌 재수학원은 종합반이었다. 이곳에서 재수를 하면서 있었던 일들, 경험 및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사람마다 다르고, 학원마다 다를 것이다. 그냥 한 사람의 재수 경험을 읽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수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께 이런 일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작성하게 되었다.

 

재수 공부를 하느라 노트북이 있고 마시던 커피와 온갖 책들이 쌓여있는 지저분한 책상과 방 주인의 취향이 담긴 스티커가 잔뜩 붙은 벽이 보이는 이미지

 

 

재수를 시작하게 된 이유

체대 입시를 준비했었다. 어떻게 보면 중요하다는 고3시기를 날려버린 셈이다. 자세한 것은 이전 글에서 자세히 작성했었다.

 

체육대학교 체대 입시 준비 현실 실패 경험 진솔한 인생 후기

 

사실 체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에도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냥 학교에서 수업 듣고, 학원에서 수업 듣는 것이 전부였다. 집에서 책은 펼쳐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시험을 보면 성적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성적이 나오면 잠시 속상해하다가 그냥 그뿐이었다. 이런 내가 재수를 하게 된 것이다.

 

공부하는 법도 모르는 상태였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냥 남들이 간다는 재수 종합반을 갔다. 그때 재수 종합반 비용은 한 달에 약 200만 원 정도였다.

 

 

재수학원 분위기

한 번에 합격한다는 마음으로 학원에 갔다. 누구와도 친분을 쌓지 않고 공부만 할 결심이었다.

 

하지만 내가 간 재수 종합반 분위기는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와 다른 환경이라서 낯선 느낌이었다.

 

공부만 하려고 결심한 나에게 일부로 시련이 내려진 것 같았다. 주변에서 계속해서 친해지려는 느낌이었다. 또 자신들만의 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함께 지낸다. 한 반에 거의 40명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금도 기억나는 제안이 있다.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뒤를 돌면서 말을 했다. 주말에 몇몇의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이 노래방에 간다고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않았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정말 황당해서 지금도 인상적이다.

 

사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면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고3 때 열심히 공부했다면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한번 더 정리하면서 성적을 올리면 된다.

 

문제는 반 배정이 성적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나에게 노래방 제안을 한 친구와 노래방에 간다는 친구들 모두 성적이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 나쁜 반만 이런 것은 아니다. 지금은 SKY 대학을 졸업한 내 친구는 성적이 좋은 반에서 재수를 했었다. 그 친구도 자신의 반에서 사귄 친구들과 노래방을 다녀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힘든 처지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재수학원이라서 이런 일이 있는 것 같다. 노래방은 애교였다. 자랑스럽게 연애하는 애들도 있었다. 실망스러운 분위기였다.

 

실망해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꼬마 캐릭터의 모습

 

 

재수학원 학습

내가 다녔던 재수학원은 학습하는 방법도 학교와 비슷했다. 짜인 시간표에 따라서 과목별로 배운다.

 

일단 아침 7시 30분까지 등원을 한다. 8시 20분까지 영어 단어 시험과 영어 듣기 시험을 본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 50분씩 6교시로 나눠서 수업을 듣는다. 사이에 점심시간은 당연히 있다. 이후 3시 30분까지 담임 선생님이 종례를 한다.

 

그러면 이후 오후 3시 4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자율학습은 1시간 20분씩 4교시로 나눈다. 저녁식사는 오후 6시부터 50분간 먹었다.

 

자율학습을 할 때에는 낯선 환경을 조성한다. 반을 바꾸고, 주변 사람들도 바꿨다. 주기적 랜덤으로 반과 자리를 배정받은 상황에서 공부를 했다.

 

이런 생활을 수능까지 쭉 유지했다. 사실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만족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었다.

 

 

배우는 수준과 시간문제

나는 절대적으로 기초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영어 단어 암기가 중요하다는 것도 재수학원에서 알게 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학원 선생님들은 나에게 맞는 강의를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을 모아놨다고 하지만 40명의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속도도 맞지 않았다.

 

나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따로 인강을 구매했다. 인강은 내가 원하는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선생님들이라서 더욱 신뢰가 가기도 했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재수 종합반을 다니는 이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침부터 7시간 동안 원하지도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고, 이후 6시간의 자율학습 시간 동안 다시 인강을 듣게 된 것이다.

 

재수학원에서 하루의 절반을 통으로 날려버리고, 이후 남은 시간 동안 기초를 쌓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학습하는 것은 절반 밖에 안 되는 상황이었다. 부족한 만큼 집에서 추가로 공부를 했다. 나름대로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당시 재수반 담임선생님께 아침부터 자습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은 이뤄질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담임선생님 입장에서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재수 종합반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니 말이다. 화를 내지 않으신 것이 다행이다.

 

부모님께도 상황을 말씀드리고 재수 종합반을 그만두겠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하지만 이미 체대 입시를 통해서 나의 선택에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냥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만 해주셨다.

 

결국 나는 6월 모의평가가 끝나도 기초 강의를 듣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라도 부모님을 설득해서 종합반을 나왔어야 했다.

 

 

재수 종합 학원에서 느낀 회의감

앞서 언급한 분위기나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상황 자체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크게 재수 종합반의 회의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반을 다시 정하는 시스템이다. 학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시험을 봤다. 시험에 따라서 반을 다시 정한다고 했다. 문제는 수능 전까지 내 주변에서 성적이 더 높은 반으로 올라간 친구가 없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학원 전체적으로 변함이 없다고 더 열심히 하라고 화를 내셨던 기억도 있다.

 

기초가 부족해서 6월 모평까지도 혼자 삽질을 하는 나였다. 이런 나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말로만 이런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후반기에 내 옆에 있는 친구가 공부를 하면서 성적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담임선생님께 환경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부탁을 해서 남아있었다.

 

적어도 같은 반 40명 중에 39명은 성적이 변함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흔히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실험쥐가 되어서 연구소에 갇힌 기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학원에서 재수하는 친구들한테도 물어봤었다. 마찬가지로 성적이 오른 친구는 없었다. 오히려 내 옆에 성적이 오른 친구가 신기한 케이스였다.

 

이런 것을 보면서 수능이 아이큐 테스트처럼 사람마다 정해진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안 그래도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상황이었다. 이런 생각이 자꾸 나서 더욱 우울해졌었던 기억이 있다.

 

 

재수 종합반에 어울리는 사람과 아닌 사람

그렇다고 재수 종합반이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은 아니다.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의견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1~2등급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종합반은 특성상 학교처럼 공부하는 습관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 이미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던 학생들은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합반은 모의고사를 따로 신청해서 볼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 독학으로 독서실을 다니면 모의고사를 혼자 풀어야 한다. 혹은 모의고사 신청을 받는 학원에 방문해서 등록 후 시험을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참고로 SKY를 간 내 친구는 아주 만족하면서 재수 종합학원을 다녔다.

 

어쩔 수 없이 종합반을 다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인강으로 공부가 안 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런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종합 학원을 다니거나, 단과를 다녀야 할 것이다.

 

반대로 나처럼 기초가 없거나 기출문제를 풀어서 실력을 쌓아야 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시간이 절대적이다. 경험상 종합 학원을 다니면 습관은 유지할 수 있지만,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후 이야기

결국 나는 재수도 성공하지 못했다. 기초는 어느 정도 생겼지만, 실력을 쌓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종합학원 덕분에 나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없었던 발판이 생긴 느낌으로 삼수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던 재수와 달랐다. 다음은 독학 재수 학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삼수를 하면서 경험한 독학 재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루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재수 방법을 판단하는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다.

 

나는 남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종합 학원을 선택했다. 그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재수라는 과정은 어떻게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부디 누구든 좋은 선택을 해서 나 같이 후회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별이 빛나는 밤 산 정상에서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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